입도분석기와 레오미터: 바이오소재 의료기기 R&D의 두 장비
입도분석기(D10·D50·D90)와 레오미터(G'·G'')의 원리와 결과 읽는 법을, 지혈제·골이식재·하이드로겔 등 바이오소재 의료기기 개발 관점에서 정리한다.
의료기기 연구개발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한 번쯤 듣게 된다. "이거 입도분석 한번 해봐요." 또는 "이 젤 G' 값이 얼마예요?"
처음에는 D10·D50·D90이 뭔지, G'와 G''가 뭔지 낯설다. 하지만 지혈제, 골이식재, 의료기기 필러, 하이드로겔 같은 바이오소재 기반 의료기기를 개발하다 보면 이 숫자들이 단순한 시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입자 크기는 제품의 취급성과 제조공정에, 젤의 점탄성은 주입성이나 형태 유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R&D에서 자주 만나는 두 장비 — 입도분석기와 레오미터 — 의 기본 원리와 결과 읽는 법을 정리한다.

입도분석기 — "이 분말 입자가 얼마나 큰데요?"
분말형 지혈제나 입자형 골이식재에서는 입자의 크기와 분포가 제품 특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분말형 지혈제라면 입자 크기·분포가 취급성이나 도포성에, 골이식재라면 충진 특성이나 사용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같은 원료를 써도 입자 크기 분포가 달라지면 제품 특성이나 제조공정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입도분석은 "이 원료의 입자는 몇 μm인가" 를 확인하는 시험이라기보다, "우리 제품의 입자 특성이 일정하게 관리되고 있는가" 를 확인하는 시험에 가깝다.
레이저 회절 방식의 원리
입도분석기에서 자주 보이는 레이저 회절 방식(Laser Diffraction)의 원리는 간단하다. 입자에 레이저를 쏘면 빛이 산란되는데, 큰 입자는 좁은 각도로, 작은 입자는 넓은 각도로 산란시키는 경향이 있다. 장비는 이 산란 패턴을 분석해 입자 크기 분포를 계산한다.

레이저 회절법으로 측정한 크기는 입자를 현미경으로 직접 잰 직경과 완전히 같은 개념이 아니다. 입자 모양과 광학모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건 "레이저 회절법으로 측정했다" 가 아니라 "우리 제품의 입자 특성을 평가하기에 이 방법이 적절한가" 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의외로 중요한 것 — 시료 준비
입도분석은 장비보다 오히려 시료 준비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습식 분석에서는 시료를 액체에 분산시키는데, 젤라틴 같은 단백질 소재나 일부 천연고분자는 물과 접촉하면서 팽윤·용해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물에 분산시키면 원래 분말이 아니라 물에 의해 변형된 상태의 입자를 재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시험방법을 정할 때는 다음을 함께 검토한다.
- 어떤 분산매를 쓸 것인지
- 시료 농도는 적절한지
- 분산 시간은 충분한지
- 교반·초음파 처리가 필요한지
- 시료가 팽윤·용해되지는 않는지
- 측정 중 응집이 발생하지 않는지
D10·D50·D90 읽는 법
입도분석 결과에는 세 숫자가 나온다.
- D10 — 입자 크기 분포의 10% 지점
- D50 — 50% 지점 (대표 입경으로 많이 봄)
- D90 — 90% 지점
D50을 대표값으로 보지만, D50만으로는 분포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두 시료의 D50이 같아도, 한쪽은 입자가 고르고 다른 쪽은 작은 입자와 큰 입자가 넓게 섞여 있을 수 있다. 이때 D10과 D90을 함께 보면 두 시료의 차이가 드러난다.

레오미터 — "이 젤은 얼마나 단단한데요?"
하이드로겔이나 의료기기 필러를 개발하다 보면 레오미터를 만난다. 이런 제품은 눈으로 젤처럼 보인다고 물성을 설명할 수 없다. 얼마나 쉽게 변형되는지, 힘을 제거했을 때 회복되는지, 흐르려는 성질이 있는지, 형태를 유지하는지가 중요하다.
레오미터는 이 점탄성을 평가하는 장비다. 젤리는 눌렀다 떼면 어느 정도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고, 물은 힘을 가하면 흐른다. 하이드로겔은 이 두 성질을 모두 어느 정도 가진다.

G'와 G''
- G' (저장 탄성률) — 탄성적인 성질. 크면 원래 형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강함
- G'' (손실 탄성률) — 점성적인 성질. 크면 흐르려는 성질이 강함
일반적으로 G' > G''면 탄성이 우세하고, G'' > G'면 점성이 우세하다고 해석한다.

"G'가 100 Pa입니다" 보다 "어떤 조건에서 측정한 G'가 100 Pa입니다" 가 훨씬 정확하다. 측정 온도·주파수·변형률·시료 준비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필러에서 G'가 높으면 무조건 좋을까?
그렇지 않다. 필러나 하이드로겔은 사용 목적에 따라 필요한 물성이 다르다. 형태 유지가 중요한 제품이라면 탄성이 중요하지만, 주입성이 중요한 제품이라면 너무 높은 탄성률이 오히려 사용성에 불리할 수 있다.

핵심은 "G'가 무조건 높은가" 가 아니라 "제품의 사용 목적에 적합한 물성을 가졌는가" 이다.
기억하면 좋은 것
- 입도분석 — D50 하나만 보지 말고 D10·D90을 함께 본다
- 레오미터 — G'·G'' 숫자뿐 아니라 측정 조건을 함께 본다
- 두 시험 모두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 만큼 "어떻게 측정했는가" 가 중요하다
다음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 "이 분석 결과를 인허가 자료로 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분석법 밸리데이션, 반복시험, n=3의 의미, 배치 간 변동성, 멸균 전후 비교까지 인허가 관점에서 이어서 살펴본다.